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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지운 생명의 이름들, 멸종당한 동물의 기록

by zingni22 2025. 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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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한 종이 지구에서 사라졌다. 그중 일부는 인간의 직접적인 행위로 인해 멸종되었다. 이 글에서는 역사 속에서 인간이 멸종시킨 대표적인 동물 사례들을 중심으로, 인류가 생태계에 끼친 결정적 흔적을 되짚고, 생명에 대한 책임의 의미를 고찰한다.

사라진 것이 아니라, 사라지게 만든 것들

지구는 언제나 변화해왔다. 빙하기의 종말, 화산의 분출, 운석 충돌 같은 격변 속에서 수많은 생명체들이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역사상 처음으로, 어느 하나의 생물이 다른 생물종의 생존을 위협하거나 멸종시키는 주체로 등장했다. 그 존재는 바로 인간이다. 인류는 생존을 위해 수렵했고, 문명을 위해 숲을 태웠으며, 발전을 위해 해양과 대기를 오염시켰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동물들이 도태되거나, 그들의 생태적 지위에서 밀려났으며, 마침내는 '멸종'이라는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렀다. 중요한 점은, 이 모든 과정이 짧게는 수십 년, 길어야 몇 세기에 걸쳐 이루어진 ‘급속한 붕괴’였다는 사실이다. 동물의 멸종은 단순히 한 종의 소멸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생태계 내에 형성된 균형의 붕괴이며, 먹이사슬의 단절이며, 궁극적으로 인간 스스로의 생존 기반을 흔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멸종은 언제나 조용히, 그러나 결정적으로 찾아오며, 그 생명의 이름은 점차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도 잊힌다. 이 글에서는 인간에 의해 멸종된 대표적인 동물 사례들을 중심으로, 그 원인과 과정, 그리고 그로부터 얻어야 할 교훈을 짚어본다. 우리가 이 글을 읽는 동안에도 지구 어딘가에서는 또 다른 멸종이 진행 중일지 모른다.

 

지워진 존재들 – 인간이 만든 멸종의 목록

도도새 (Raphus cucullatus) – 모리셔스의 상징에서 전설로 17세기, 인도양의 외딴 섬 모리셔스에만 살던 도도새는 비행 능력이 없고, 인간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유럽 식민자들의 도래 이후 도도새는 무분별한 사냥과 도입된 외래종(개, 돼지, 쥐 등)에 의해 80년 만에 자취를 감췄다. 도도새는 인간에 의해 완전히 사라진 첫 번째 사례로 상징화되었다.

스텔러바다소 (Hydrodamalis gigas) – 27년 만에 사라진 해양 포유류 북태평양에 서식하던 이 거대한 해양 초식동물은 1741년 처음으로 유럽인들에게 발견되었고, 이후 단 27년 만에 절멸했다. 식용과 가죽용으로 대규모 포획된 것이 주 원인이며, 멸종 속도와 인간 수요의 속도가 얼마나 비례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여행비둘기 (Ectopistes migratorius) – 하늘을 뒤덮던 떼의 붕괴 19세기 북미에는 수십억 마리의 여행비둘기가 존재했다. 이들의 무리는 이동 시 하늘을 완전히 덮을 정도였고, 몇 시간씩 날아가는 장관을 연출했다. 그러나 집단 사냥, 서식지 파괴, 번식의 어려움으로 인해 1914년 마지막 개체가 죽음을 맞이하면서 완전히 멸종되었다.

태즈메이니아호랑이 (Thylacinus cynocephalus) – 신화가 된 포식자 이 육식 유대류는 오스트레일리아와 태즈메이니아에 서식하며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 역할을 했다. 가축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대대적인 사냥이 이뤄졌고, 정부는 멸종 직전까지도 포획 장려금을 지급했다. 1936년 마지막 개체가 동물원에서 죽은 이후, 더 이상 공식적인 목격은 없다.

퀘가 (Quagga) – 반마반얼룩말의 독특한 존재 남아프리카에 서식하던 퀘가는 얼룩말과 말의 중간 같은 외형을 지녔고, 유럽 식민지 시대 대규모 포획으로 인해 1883년 절멸되었다. 다행히 박제와 DNA가 남아 있어 최근에는 복원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하이양장수거북 – 인간 탐욕의 결과 베트남과 중국 하천에 서식하던 이 대형 거북은 종교적 제의, 전통 약재, 그리고 개발로 인한 서식지 훼손 등 복합적인 인간 행위로 인해 21세기 들어 사실상 야생에서 절멸했다. 마지막 남은 개체는 2016년 인공 서식지에서 죽었다.

제비고래 – 고래 중의 고래, 그러나 사라진 목소리 20세기 초반, 포경 산업의 급속한 확산은 제비고래를 포함한 대형 고래들을 남획하게 만들었다. 이들은 느리고, 방향 전환이 어려워 포획이 용이했으며, 지방과 기름, 고기로서의 경제적 가치가 높았다. 국제 보호가 시작된 이후에도 개체 수는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다. 멸종된 이 모든 동물들은, 단지 생명체의 사라짐 그 자체가 아니라, 인간 문명의 압력과 이기심이 자연 생태계에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드러내는 역사적 증거다. 그리고 그 증거는 여전히 우리 곁에 계속 쌓여가고 있다.

 

기록하지 않으면, 망각이 되풀이된다

멸종된 동물에 관한 이야기는 과거를 향한 기록이자, 현재를 향한 경고이며, 미래를 위한 숙고의 도구이다. 우리는 단지 그들의 이름과 외형만을 박물관이나 영상 속에서 기억할 것이 아니라, 왜 그들이 사라졌는지, 그 사라짐이 어떤 연쇄적 파장을 일으켰는지를 함께 인식해야 한다. 멸종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인간에 의해 야기된 멸종’은 속도가 다르고, 범위가 다르며, 무엇보다도 복원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질적으로 다르다. 우리는 문명이라는 이름 아래 너무 많은 생명을 지웠고, 이제 그 흔적들이 인류 자신을 향해 되돌아오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선택할 수 있다. 생태계를 회복할 것인지, 파괴를 가속할 것인지는 우리 손에 달려 있다. 멸종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과거가 아니라, 피할 수 있는 미래의 일부이기도 하다. 이 글에 담긴 이름들이 다시 쓰이지 않도록, 새로운 이름이 같은 운명을 반복하지 않도록, 우리는 기록하고, 반성하고, 행동해야 한다. 다시 말해, 인간은 생명을 멸종시킨 존재이기도 하지만, 그것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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